[공익인권변론센터][성명] 대형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의 제작자이자 ‘민주화운동관련자’인 전승일 감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죄 사건 재심은 신속히 개시되어야 한다 – 법원의 고무적인 재심개시결정과 검찰의 파렴치한 즉시항고에 부쳐 –

2024-09-05 91

 

[공익인권변론센터][성명] 

대형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의 제작자이자 ‘민주화운동관련자’인 전승일 감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죄 사건 재심은 신속히 개시되어야 한다.

– 법원의 고무적인 재심개시결정과 검찰의 파렴치한 즉시항고에 부쳐 –

 

지난 8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1989년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승일 감독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전승일 감독은 i) 우리에게는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약칭 ‘민미련’) 소속 홍성담, 차일환 화백이 이적표현물을 제작·배포하였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았던 사건으로 유명한 대형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사건에 전국대학미술운동연합(약칭 ‘학미연’) 소속으로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1989년 8월 24일 서울 녹두거리 자취방 앞에서 7~8명의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강제 연행·구속되어, ii) 남산 안기부 지하 취조실에서 1달여 간 ‘잠 안재우기’, ‘진술서 반복 작성하기’ 등 각종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iii) 1989년 12월경 서울형사지방법원은 전승일 감독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 받은 사실이 있다.

 

전승일 감독은 2007년 민주화보상법상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기는 하였으나, ‘대학시절 실형을 받은 사실’로 교수 임용이 취소되는 현실 문제는 물론, 현재까지도 위법한 수사와 그에 따른 유죄판결에 대한 트라우마로 35년 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아 오고 있었다. 이에 변호인단은 국가의 위법한 구속과 불법적인 가혹행위에 기초한 수사에 터 잡은 유죄 판결로 고통받는 전승일 감독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전승일 감독에 대한 올바른 치유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여, 지난 6월 10일 재심개시결정을 신청하였다.

 

위 재심개시결정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i) 재심개시신청으로부터 1달여가 지난 7월 중순경에 심문기일을 지정한 점, ii) 지난 8월 23일 (비록 불법체포·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가혹행위 등을 원인으로 하는 재심사유에 대해서는 재심사유가 없다고 본 것에 아쉬움이 있다 할지라도) 수사기관이 긴급구속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심개시신청으로부터 2달여가 지난 시점에 신속하게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신속한 법원의 결정은 법원도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재심개시신청 이후 심리가 열리는 경우가 흔하다 볼 수 없고, 재심개시신청에 대한 판단은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어, 국가는 국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함과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적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무죄’였을 무고한 재심신청인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여 왔다. 하지만, 이 사건 재판부는 약 2개월 만에 재심개시에 관하여 신속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전승일 감독의 정신적 고통의 기간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8월 30일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불복하여 즉시항고하였다. 검찰의 위 즉시항고는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의 “검찰의 재심에 대한 즉시항고권을 폐지하거나 재항고 사유 제한을 검토하라”는 권고에 따라 ‘재심개시결정에 대해서는 불복하지 않는다’는 관행에 어긋난 행태로, 검찰 내부 관행마저 져버린 역사적 퇴행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수사기관의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이 고통을 받고, 그 고통과 억울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형사 재심개시결정에 검찰이 불복한다는 것은, 그 시절 안기부와 공안검사들의 위법한 수사에 대해 부끄러움 조차 못 느끼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변호인단은, 작금의 검찰이 과거 공안 정국 당시 위법한 수사를 자행한 검찰과 안기부 수사관도 제 식구라고 그들을 감싸기에 급급하여, 전승일 감독에 대한 직접적 가해자인 검찰이 또다시 2차 3차로 가해를 가하는 작금의 행위와 태도에 깊은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파렴치한 검찰의 즉시항고에 대해 부디 조속한 시일 내에 기각결정을 내려, 안기부 지하 취조실에서 위법한 수사를 받은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 속에서 35년을 견뎌온 전승일 감독에게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길 바란다.

 

2023. 9. 5. 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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