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논평] 서울구치소 정신질환 수용자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

2024-08-05 95

 

[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논평]

서울구치소 정신질환 수용자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

 

 

  1. 8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구치소 정신질환 수용자 사망 사건에 대한 5월 31일자 결정에서 건강취약계층 수용자(노인, 정신질환, 만성질환 등)를 사망 또는 건강악화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장기금치가 수용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국제권고기준에 부합하는 연속금치 금지 방안을 검토할 것 △노인수용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조사수용, 금치, 보호장비 사용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 또는 마련할 것 △건강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정신 또는 지체장애 수용자, 기타 건강취약 계층 수용자에 대해 독거구금 형태의 징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시행할 것 등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1.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구치소장에게 △정신질환 또는 정신질환 의심 수용자에 대한 징벌 시, 징벌위원회에 정신건강전문의 또는 정신건강 전문가 등의 의견을 참조하여 징벌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 △보호장비 사용 등 불이익 처우 시 의무관에 의한 건강상태 확인을 강화할 것 △법무부 “보호장비 사용관련 개선사항(2020. 7.)”에 따라 정신질환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수용자의 경우 보호장비 착용이나 진정실 수용 과정에서 신체활력징후 측정 등 건강상태 확인을 철저히 할 것 등을 권고했다.

 

  1. 우리 단체들은 이번 권고가 노인·정신질환자 등 교정시설에서 특히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는 수용자들의 건강권 보장과 이들에 대한 징벌·보호장비·진정실 남용 방지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1.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망 당시 68세로 2022년 4월 인천구치소에 수용되었다가 2022년 11월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피해자는 2023년 4월 14일 오전 6시 27분 수용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근무자에 의해 발견되어 6시 33분 응급차에 실려 6시 44분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6시 57분 사망 선고를 받았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심장사’로 나왔다. 우리 단체들은 피해자가 사망 전 소란행위를 이유로 관구실로 끌려가 수갑과 금속보호대, 쇠사슬 등으로 묶여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피해자가 보호장비 남용으로 사망했는지 여부, △보호장비의 남용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부상 또는 질병 등 보호장비 착용의 후유증을 겪고도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인지 여부, △소측의 수용관리가 느슨할 수밖에 없는 취침 시간대에 이미 피해자의 병세가 악화되었으나 소측의 과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기상 점검에서야 발견함으로써 이른바 ‘골든 아워’를 놓친 것은 아닌지 여부, △교도관이 피해자를 발견한 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법무부장관과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2023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1. 우리 단체들은 이번 조사 결과에 드러난 서울구치소의 징벌·보호장비·진정실 남용,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열악한 의료처우에 경악한다. 첫째, 피해자에게 장기간의 조사수용과 징벌, 진정실 수용 조치가 취해졌음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인천구치소에서 87일간, 서울구치소에서 136일간 조사수용 및 금치 징벌을 받음으로써 약 1년의 수용 기간 중 223일간 독방에 갇혀 있었다. 또한 인천구치소에서 금속보호대와 뒷수갑 등으로 2차례, 서울구치소에서는 금속보호대와 발목보호장비 등으로 6차례 묶여 있기도 했다. 인천구치소 보호실에서는 116시간, 서울구치소 진정실에서는 30시간 동안 수용됐다. 조사 과정에서 동료 수용자는 “최초 6하에 있을 때는 운동장에서 뛰어다닐 정도로 건강이 좋았으나 2023년 3월 7하에서 만났을 때는 갑자기 늙었다고 느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고 기력이 없어 보였다”고 진술했다. 보호장비 착용과 금치 징벌 등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건강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 둘째, 징벌의 원인이 된 규율 위반 행위가 피해자의 정신질환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징벌 절차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혼잣말을 하거나 식기를 변기통에 담가 설거지를 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구치소 징벌위원회는 정신건강 전문의로부터 징벌 부과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받지 않았고, 피해자 대상 5회의 징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외부위원 또한 전 교정공무원과 전 경찰공무원 등이었으며, 위원 중에 정신건강 전문의도 없었다. 징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간사가 징벌 사유에 대해 언급하면 피해자의 개별적 상황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나 검토 없이 기계적으로 징벌을 의결하는 절차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는 “소장은 징벌대상행위가 징벌대상자의 정신병적인 원인에 따른 것으로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징벌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의사의 진료, 전문가 상담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소장은 징벌대상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 그 행위가 징벌대상자의 정신병적인 원인에 따른 것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이유로 징벌위원회에 징벌을 요구할 수 없다”라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0조 제4항과 제5항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1. 셋째, 피해자는 인천구치소에서는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 등에 대한 진료와 투약을 받아 왔으나,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후 이입 진료에서 피해자의 정신병력 이력을 조회하는 절차가 생략된 채 문진만으로 ‘정신건강 상태 이상없음’으로 진단 받음에 따라 일반거실에 수용되었고, 직후 진료에서도 고혈압·당뇨 등 처방만 실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정신증의 발현으로 인한 소란행위 등으로 장기간 조사수용 및 연속 금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수용동 관리근무자들은 피해자가 폭력성이 높은 특이 수용자였다면 의무과에 연계해 정신질환 진단 및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했어야 할 필요성이 보여지나 실제로는 어느 누구도 그러한 절차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다고 지적했다.

 

  1. 장기간의 독방 구금과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열악한 의료 처우는 국제사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 7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대한민국 제6차 국가보고서 심의 후 발표한 최종견해에서 “징계 조치로서 독방 구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 최대 45일에 이르는 장기간의 독방 구금, 최근 취해진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격을 갖춘 의료인력이 독방 구금을 매일 모니터링하지 않는 점”, “몇몇 구금 중 사망 원인으로 보고되기도 한, 정신보건의료를 포함한 시의적절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 부족”,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및 학대 혐의를 효과적으로 조사할 독립 기구의 부재”를 우려했다. 위원회는 △독방 감금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기간 동안, 성인의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연속 15일을 초과하지 않도록 사용할 것,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수용자의 상태가 독방 감금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면 해당 조치의 부과를 금지할 것, △구금 중의 모든 폭력, 과도한 유형력 사용과 사망 사건은 가해가 의심되는 사람과 기관상·위계상 관련이 없는 독립 기구를 통해 철저히 조사되도록 보장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며,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 등을 권고했다.

 

  1.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가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징벌 제도와 정신질환 수용자 의료 처우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첫째, 15일을 초과하는 장기 금치 징벌을 폐지해야 한다. 피해자의 경우 서울구치소에서 받은 각 징벌의 기간은 15일에서 45일에 이른다. 형집행법은 금치 징벌의 기간을 최대 30일로 정하면서도 ‘2 이상의 징벌사유가 경합하는 때’ 등에는 장기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최장 45일의 금치 징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넬슨만델라규칙 제43조 제1항은 연속 15일을 초과한 독방 격리수용을 금지하고 있다. 법무부도 2020년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제5차 자유권규약 국가보고서 온라인 공청회’에 제출한 의견에 대한 회신에서 “‘징벌 중 금치 기간의 상한선을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15일로 제한하고, 금치의 연속집행은 중간에 일정기간을 두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 바람’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수용하여 현행 30일 금치기간을 축소·제한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2021년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유엔고문방지협약 제6차 국가보고서 공청회’에 제출한 의견에 대한 답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토대로 수용자 징벌의 종류 중 금치 기간, 금치 연속 집행의 적정성 등에 대하여 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존의 개선 입장이 사실상 후퇴된 상황이다.

 

  1. 둘째, 연속 금치징벌 또한 최장 15일로 제한해야 한다. 연속 금치징벌은 금치 집행 중 새로운 규율 위반 행위가 발생하여 추가로 금치 징벌을 함으로써 금치 징벌이 무기한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2024년 2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30조 제4항에 “두 가지 이상의 금치는 연속하여 집행할 수 없다”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상의 금치 기간의 합이 45일 이하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라는 단서를 둠으로써 연속 금치징벌의 최장 기간을 45일로 정했다. 이 또한 연속 15일을 초과한 독방 격리수용을 금지하는 넬슨만델라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권고한 것처럼, 어떠한 경우에도 독방 감금은 연속 15일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독방 감금 등에 대해 2025년 7월까지 후속 조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만큼, 법무부는 제도 개선에 신속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1. 셋째, 정신질환으로 인한 규율 위반에 대해서는 징벌 처분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것이 아니라 건강권 강화로 대처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4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환자 중 정신질환자의 수는 2014년 2,560명(11.1%)에서 2023년 6,094명(20.3%)으로 대폭 늘어났다. 넬슨만델라규칙 제39조 제3항은 “교정당국은 규율에 따른 징벌을 부과하기 전에 피구금자의 정신질환 또는 발달장애가 그의 행동, 규율위반행위, 규율상 비난을 받아야 할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런 것이라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위반사실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여야 한다. 교정당국은 정신질환이나 발달장애로 인한 규율위반을 징벌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넬슨만델라규칙 제109조 제1항은 “형법상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자 또는, 범죄 이후에 중증정신장애 및/또는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자의 교도소 생활이 그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 이들은 교도소에 수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을 가능한 한 신속히 정신보건시설로 이송하기 위한 준비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 교정시설에서 정신질환 수용자가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벌금 미납으로 부산구치소에 수용된 정신질환 수용자가 보호장비 착용 14시간 만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당시 법무부는 직접 감찰에 나서 현장 근무자 등 관련자 18명을 인사조치·중징계하고, 보호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같이 정신질환 수용자의 또 다른 죽음을 막지 못했다. 법무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8월 5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첨부파일

MPIPC20240805_[공동 논평] 서울구치소 정신질환 수용자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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