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컨트롤타워의 부재_장관과 지자체장은 대통령 말을 따를 마음이 없나 (월간변론 114호)

2023-10-04 160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홍수를 앞두고도 허술하게 쌓아 올린 미호강 제방이 붕괴 되었고, 제방 붕괴로 지하차도 침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교통 통제는 없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지난 20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시민재해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인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상의 결함과 또 다른 공중이용시설인 ‘미호강 제방’의 설치 및 관리상의 결함이 서로 결합(중첩)하여 사망 및 부상이 발생한 재해이므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충청북도지사, 청주시장, 행복청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및 위임자인 환경부 장관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밖에 많은 전문가들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국민 역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인재라는 점을 지적했다. 세부적인 법적 구성 요건까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관리 소홀로 발생했다는 점은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으로도 누구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 국과수 등 유관기관의 합동감식이 20일 진행되고 있다.
▲ 오송 침수 지하차도 합동감식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 국과수 등 유관기관의 합동감식이 20일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죽었지만,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참사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자신이 책임의 주체이면서도 참사 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참사 당일 보고를 받고도 괴산으로 갔고, 심지어 “(내가) 거기 (사고 현장)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범석 청주시장 역시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선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사과를 했다는 언론보도도 아직 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터지자 “저지대 진입 통제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해달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문제는 같은 발언이 데칼코마니처럼 매번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서야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폭우와 관련해 “국민 안전에 대해서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예상보다 더 최악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각은 자치단체와 적극 협력해 복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예산과 인력을 신속하게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재난의 컨트롤타워,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대통령의 말이 실현되지 않은 채 반복되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 부족인지, 각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대통령의 의사를 따를 마음이 없는 것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우선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 제안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지난 6월 모의평가 때 킬러 문항을 출제했다며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각각 신속하게 경질했다. 즉, 윤 대통령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신이 가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만약 각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생각이 없다면, 그에 합당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으므로, 수사기관도 중대재해채벌법 적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컨트롤타워답게 행동하라

한편,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은 명확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만, 그 결과는 제일 나중에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난 컨트롤타워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재난 수습과 예방책 수립에 총력을 쏟아붓고, 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며, 무엇보다 자신 역시 그 책임에 대한 무게를 통감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모든 행위는 사과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고 책임자의 사과와 그에 걸맞은 행동 없이는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나올 수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를 주장했던 윤 대통령은 지난해 안양시에서 도로포장 공사를 하던 노동자 3명이 바닥 다짐용 롤러에 깔려 숨진 사건이 있던 당일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대통령령을 촘촘하게 합리적으로 잘 설계하면 기업하는 데 큰 걱정이 없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예산 절감을 위해 공공분야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는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세웠고, 이에 맞춰 공공기관들이 잇달아 안전 업무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 달성 의지는 사건 전에는 예산안 편성을 통해 드러나고, 사건 이후에는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확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증명된다.

국민은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곧 국가의 정책으로 이어진다. 부디 윤 대통령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진상과 원인을 명확히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국가의 컨트롤타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형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월간변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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