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이재용 1심 판결로 살펴보는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 법리 ②

2024-07-30 136

 

[2회차] 이재용 1심 판결로 살펴보는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 법리 ②

 

  1. 사안의 쟁점

 

지난 글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형사사건 1심 판결에 설시된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 부분을 살펴봅니다. 이번에는 실무상 많이 문제가 되는 ‘노트북’ 관련 사안입니다. 노트북 자체의 반출 문제에서부터 영장기재 반환기한 미준수, 대용량 파일의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 압수·수색 절차의 종료시기에 이르기까지 노트북 관련 주요쟁점들은 모두 다루어졌습니다.

 

사안은, 검찰이 2018. 12. 13.자 노트북을 원본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였고(해당 영장에는 원본 반출의 경우 반환의무를 명시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본 반출일로부터 10일을 도과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문구 명시),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뒤 원본을 반환한 사안입니다. 변호인은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받은 2019. 1. 21.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종료된 것임에도 물리이미징 파일로 삭제된 전자정보의 복구를 진행한 것은 영장의 재집행에 해당한다는 변론도 하였습니다.

 

  1. 노트북 본체 자체 반출에 대한 위법 여부 : 적법

 

현장에서의 선별압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노트북 본체 자체를 현장 밖으로 반출하여 수사기관에서 포렌식을 한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변호인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① 피압수자가 압수 당시 현장에서 ‘이 사건 Y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 당시 8층 회의실에서 수사관이 노트북에 있는 내용을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노트북에서 증거 관련된 것들만 수집해서 가져가야 된다고 변호인이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고, 이 사건 Y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 당시 노트북에 있는 데이터들을 복제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의 보안시스템을 해제해야 되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게 잘 안 됐기 때문에 노트북을 반출해 가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PST 파일의 용량 자체가 상당히 커서 그걸로 무언가 말했던 것은 기억난다’고 증언… , ② 변호인이 이 사건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과 관련하여 작성한 의견서에 ‘수사기관은 이미징을 계속 시도하나 노트북에서 에러가 반복된다고 하였다’라고 기재… , ➂ 2019. 3. 7.자 수사보고(노트북 환부 요청 관련 면담 결과)에도 ‘이 사건 노트북의 디지털 파일 용량이 너무컸다’라고 기재 … 이 사건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 당시 이 사건 각 노트북의 현장 선별 절차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였던 것은 사실 … 위 압수·수색 당시 유관정보만을 출력·복제하는 원칙적 압수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였다는 점이 인정 … ”

 

법원은 ‘압수·수색 당시 유관정보만을 출력·복제하는 원칙적 압수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라는 선별압수의 예외 사유를, 영장 집행 현장에서의 ‘기술적 또는 상황적 어려움’ 정도만 소명되어도 인정하는 흐름이고, 이에 대해서는 수사의 효율성만을 우선시하여 원칙과 예외를 전도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합니다.

 

  1. 노트북 미반환의 위법 여부 : 절차위반이지만 적법절차 원칙의 실질적 내용 침해 미해당

 

노트북에 대한 영장집행시 해당 영장에는 ‘원본 반출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일내 반환하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변호인은 압수 후 5개월이나 지난 후 반환한 것이 영장위반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서 절차위반에는 해당되지만 증거능력을 배척시킬정도의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생략) ② 검찰은 2018. 12. 13.경 이 사건 각 노트북을 반출한 이후 같은 해 12. 26.경 내지 12. 28.경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포렌식 사무실에서 노트북 저장 데이터에 대한 선별 및 논리 이미징 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이 무렵 원본 반출 이후 10일이 도과하였음에도 원본을 반환하지 않은 것은 검찰이 2018. 12. 13.경 31통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대대적인 압수·수색절차를 진행하여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였기 때문… ③ 1차 복구 작업의 결과 2019. 1. 21.경 이 사건 노트북에서 2015. 5.경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용역 수행 과정에서 작성된 자료들이 확인되었고, O도 2019. 2. 21.경 검찰에서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진술한바 검찰은 삭제된 자료들을 복구하기 위하여 대검찰청 포렌식팀에서 2차 복구 작업을 진행하였던 것… ④ 그런데, 검찰이 복제본을 획득하는 경우 복제본만으로도 삭제된 파일의 복구가 가능하고, 검찰은 실제로 1, 2차 복구작업을 모두 노트북 원본이 아니라 복제본을 대상으로 진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2019. 1. 9.경 획득한 복제본은 원본 저장매체와의 동일성이 증명될 수 있기 때문에, 가사 노트북 원본 반환 이후 피압수자 등이 원본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삭제하는 경우에도 복제본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을 것으로…

 

⑤ 그러나, ⑴ 수사기관은 이 사건 각 노트북에 대한 1차 복구 작업 종료 후인 2019. 1.경 이 사건 노트북 원본을 반환하였으므로, 1차 복구 작업 결과 삭제된 파일이 발견된 이 사건 노트북에 대해서만 추가 정밀 복구 작업을 위하여 이 사건 노트북을 반환하지 않았을 뿐, 수사기관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⑵ 이 사건 영장 집행과정에서 증거가 될 만한 전자정보가 삭제된 정황이 발견되어 검찰로서는 삭제된 전자정보를 복구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⑶ 이 사건 노트북 압수 당시 피압수자의 변호인도 원본 반출에 동의하였고, 그 후 이루어진 선별절차 등에서 변호인의 참여 기회가 보장되었던 점, ⑷ 2019. 3. 7.경 O과 그 변호인이 압수물 환부 요청을 하였을 당시, 검찰은 추가 삭제 정황이 확인되어 정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임을 설명하고, O과 그 변호인도 이에 수긍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노트북을 10일 내로 반환하지 않은 것에 다소의 위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 원칙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영장에 기재된 명시적인 기한 문구를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절차위반이고, 수사기관이 이를 준수하지 못했던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적법절차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수사기관의 현실적이고 실무적 어려움 정도의 소명만 있어도 증거능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을 하였는데, 이는 적법절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영장의 내용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1. 대용량 파일의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 방법의 위법 여부 : 절차위반이지만 적법절차 원칙의 실질적 내용 침해 미해당

 

노트북에서는 ‘Project CM.pst’라는 약 945MB에 해당하는 대용량 파일이 발견되었고 이 파일에서 294개의 이메일이 복구되었습니다. 검찰은 2019. 1. 21.경 위 294개의 이메일에 관한 상세목록을 변호인에게 교부하였는데, ‘Project CM.pst’ 파일 자체는 상세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전자정보 상세목록 미교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아래와 같이 절차위반은 맞지만 증거능력을 배제할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생략), ② 이 사건 O 노트북에 대한 1차 복구작업 당시 ‘Project CM.pst’ 파일에 대한 복구작업 결과 294개의 이메일이 복구되었고, 검찰은 2019. 1. 21.경 변호인에게 그 이메일 상세목록을 제공하였으며, 그 상세목록에는 위 ‘Project CM.pst’에 포함된 288개의 이메일이 기재되어 있었으나, 이 사건 O 노트북 원본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압수자는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음.

 

③ 그러나, ⑴ 상세목록이 교부되지 않은 ‘Project CM.pst’ 파일은 압수․수색 절차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파일명으로 보여, 수사기관이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 등 피압수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⑵ 위 파일의 제목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합병 업무에 관한 이메일과 그 첨부자료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점, ⑶ 위 파일 중 복구 가능한 대부분의 이메일이 1차 복구 작업 결과 복구되어 그 이메일 상세목록이 변호인에게 교부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⑷ 이 사건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 당시에는 PST 파일의 압수·수색 방법과 절차에 관한 명확한 기준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가사 검찰의 위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행위가 절차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로 취득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 ”

 

  1. 영장 재집행에 해당하여 위법한지 여부 : 적법

 

변호인은 검찰이 2019. 1. 21. 이메일로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있었던 탐색·복제 등의 행위는 영장 재집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은 이 사건 O 노트북에 저장된 데이터 선별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진행된 시기의 자료 중 일부 자료만이 남아있는 사실 및 Y 내부에서 자료 삭제 지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이메일(증거순번 2976) 등을 확인하고 이 사건 O 노트북에서 삭제된 자료를 복원하려고 하였고, 삭제된 자료를 복원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O 노트북 원본을 반출하여 선별 압수 후 1, 2차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검찰의 행위는 2018. 12. 13.경 착수한 이 사건 Y 영장의 집행이 계속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미 집행이 종료된 압수․수색영장의 재집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 참고할 대법원 판례

 

○ ”압수물 목록은 피압수자 등이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므로, 수사기관은 이러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압수 직후 현장에서 압수물 목록을 바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압수물 목록 교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는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2. 1. 14.자 2021모1586 결정 등 참조)

 

○ “압수·수색은 해당 혐의사실과 관련된 유관증거를 선별하여 출력하거나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치면 종료하는 것이므로, 압수·수색영장에 기하여 집행 대상인 전자정보의 선별, 출력 혹은 저장이 이루어지고 압수목록 및 전자정보확인서까지 교부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시점에 압수․수색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23. 10. 18. 선고 2023도8752 판결 참조)

 

(to be continued…)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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