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기소는 검사에게, 수사는 경찰에게

2024-07-29 166

기소는 검사에게, 수사는 경찰에게

– 법적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고 법 집행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백민 (민변 사법센터)

법치주의와 민주사회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중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를 통해, 그간 검찰개혁이 완성되지 않아서 생겨난 후유증도 겪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차례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려고 했으나, 그러한 조정만으로는 검찰의 힘을 견제하지 못하였습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통치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2대 국회에서는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분리하자는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법안의 필요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의약분업’을 사례로 들어 보겠습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2000년에 실시된 ‘의약분업’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처럼 진료와 약제는 한 기관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분리해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더 전문적이고, 견제와 협력을 이루기에도 좋고, 국민 건강에도 이롭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때도 의사들의 반대와 국민들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여론호도가 있었지만, 제도가 정착된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형사절차에서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는 것으로 인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모든 수사와 기소를 관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매우 심각합니다. 권한의 집중은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위협하고, 법 집행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비대해진 검찰의 권한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민주사회의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하고 기소권을 통제하는 법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게 되면, 각 기관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됩니다. 검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기소와 공소유지, 형벌의 집행 등 본연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의 방향을 설정하는 동안, 검사는 이 수사가 적절한지,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협력자’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법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1940년에 미국의 연방 법무부장관이었던 로버트 잭슨은 ‘연방검사회의’에서 검사의 권한 남용을 경고하면서, 검사의 권한이 시민의 생명, 자유, 명성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사는 수사 대상자를 선택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형량을 제시하는 등의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권한이 남용될 경우, 법적 결정이 개인적 또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러한 ‘검사의 왕국’에서 법집행은 사유화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같은 취지에서 엄상섭 의원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수사권까지 주면 ‘검찰 파쇼’가 우려된다고 하면서, 장래에 있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한 바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70년을 유예해온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시행할 때 아닐까요.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은 물론입니다.

따라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법적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고, 법 집행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조치입니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되면, 각 기관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으며,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법적 절차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법적 정의를 더욱 확립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입니다. 곧 형사절차 전자화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이러한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변은 일찍부터 수사, 기소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법센터를 중심으로 국회의 입법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입법안을 비교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향후 수사, 기소 분리 입법이 이루어졌을 때 검찰청을 어떻게 재편할지, 검사에게는 어떠한 권한을 주고 기소권은 어떠한 절차로 통제할지, 검사와 복수의 수사기관들 사이의 협력관계는 어떻게 설정할지, 그리고 수사를 관장하는 복수의 수사기관들(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가칭 중수청 등)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사절차법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롭게 국가형벌권이 행사되고,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수사기구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안의 필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법적 개혁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서도 이 법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주사회 발전을 위해 이를 지지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국민에게 더 이로운, 새로운 형사절차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첨부파일

20240716_형사사법체계,_앞으로_나아갈_길은_어디인가_토론회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