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더 작고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포용할 수 있는 방향키’, 아동인권위원회의 최근 활동을 소개합니다 / 김희진 회원

2024-09-27 111

 ‘더 작고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포용할 수 있는 방향키’, 아동인권위원회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김희진 회원

올해는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가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제가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한 햇수도 10년이라는 의미인데요, (사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저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직후에 민변에 가입했고, 민변의 1,000번째 회원으로 축하받았던 특별한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신기했던 인연은 저의 가입과 같은 시기에 민변에서 아동인권위원회가 구성되고 있었던 점입니다. 사실 민변 입회신청서를 쓸 때만 해도 아동인권에 집중하는 위원회는 달리 없었고, 그래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다른 위원회를 희망하는 신청서를 작성했었습니다. 그런데 민변 회원이 되어 처음 참여한 총회에서 아동인권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던 거죠. 당시 총회에서 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이셨던 김수정 변호사님을 소개받고, 곧바로 위원회에 합류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준)아동인권위원회이었다가, 정식으로 위원회가 되었고, 이제는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가 되었습니다.

아동위X국제연대위 합동 월례회 사진
– ‘국제인권 매커니즘을 활용한 아동인권 옹호활동’

그간 민변 아동위는 아동인권 옹호를 위한 법률 전문가이자, 인권 옹호가 집단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아주 조금 과장해) 민변 아동위의 역사는 한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과 실천을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변 아동위는 아동권리협약과 인권규범을 읽고 또 읽으면서, 아동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에서 아동 최상의 이익을 살피고 실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습니다. 어느 사안을 다루는, 어느 모임과 회의를 가도, 민변 아동위 변호사님들이 꼭 계시니, 민변 아동위 소속이라는 신분 자체로 아동인권 전문가라는 신뢰를 준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저에게 부여된 임무는 아동위의 최근 현안을 공유하면서, 아동위의 매력을 알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이어봅니다.

현재의 아동위는 4개 팀(아동사법팀, 아동인권팀, 청소년인권팀, 회원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아동사법팀은 국내의 소년사법과 관련 제도를 살펴봅니다. 최근에는 촉법소년 연령(형사미성년자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커지고 있어 주목하고 있습니다. 소년법은 아동의 발달적 특수성을 고려한 형사특별절차이나, 그 기본적인 성격이 사법 절차인 만큼 가급적 사법외적인 접근으로 아동의 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더욱이 만 14세라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국제사회 보편의 기준인데, 이는 과학적 증거와 경험적 증거가 더불어 고려된 입법적 결단으로 확인됩니다. 아동의 자라남은 온 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아동의 비행이나 범죄행위는 단순히 아동만의 책임으로 물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지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한 결과로, 가정과 사회의 변화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아동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방지하는 것이 아동권리에 기반한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딥페이크 범죄의 가해자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청소년의 집단폭행이나 잔혹한 범죄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 이전에, 우리 사회는 과연 아동들에게 어떠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동인권팀은 출생등록과 아동보호체계, 장애아동과 이주아동, 보건복지 제도와 아동정책 전반에 대한 의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동기 전반에 대한 보편적 시스템에 주목하면서, 취약할 수 있는 아동을 놓치지 않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데, 최근에는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따른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27번째 일반논평 “아동의 사법접근과 구제책에 대한 권리” 작성을 위해 요청한 의견서입니다. 사법접근은 권리구제를 위한 주요한 수단이지만, 특히 아동인 경우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준사법적 기구를 활용한 권리구제, 다양한 갈등 조정과 중재의 형식을 취하는 비사법적 방식의 권리구제도 주요하게 이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당사자의 온전한 회복에 목적을 두는 권리구제 절차는 아동을 수동적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당사자의 자력화와 참여를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민변 아동위는 지역의 변호사님들, 아동인권옹호 단체와 협력해 국내의 법령과 관행적 문제와 더불어 아시아권 지역의 제한적인 한계를 짚었고, 협약 이행의 맥락에서 강조되어야 할 실천적 방안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또한, 2023년 출생통보제 도입과 함께 입법화된 보호출산제가 갖는 아동인권 침해의 문제도 꾸준히 다루고 있습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의 결성 무렵부터 10년에 이르도록 연대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작성하는 “보편적 출생등록” 보고서를 위한 의견서도 제출했습니다.

청소년인권팀은 학생 인권을 비롯해 청소년기에 조금 더 특수한 이슈들을 논의합니다.  학교밖청소년, 가정밖청소년과 위기청소년, 이들의 주거권, 성착취 피해아동과 관련된 인권 이슈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미성년 성폭력피해자의 영상증거물 특례 규정 위헌 결정에 따른 대안입법 논의에 활발히 참여하였고, 꾸준히 청소년 주거권 운동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청소년 주거권 운동은 탈시설의 관점에서 아동의 주거에 대한 권리를 개념화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인권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2023년 7월부터는 청소년 아웃리치 현장에 결합하여 상담, 교육 등 필요한 연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아동인권의 길잡이가 됩니다. 무엇보다 아웃리치 활동은 업무의 느낌보다는 “함께한다”는 마음이 더 크게 보이는 시간이라니, 즐거움이 더하여 더 의미 있는 시간일 수밖에 없겠죠!

상시적으로 돌아가는 팀 활동 외에도, 각종 TF가 있습니다. 학생인권법 대응 TF에서는 학생인권법 제정 뿐만 아니라 학생인권조례 폐지 현안에도 적극 결합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아동학대면책법안 TF는 교권 강화의 맥락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정의 규정을 개악하려는 시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편적출생등록 TF는 보호출산제에 따른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는 중입니다. 그 밖에 아동학대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사건 대리인단, 학생인권조례 행정소송 대리인단, 입양인 정보공개 소송 대리인단 등이 꾸려져 분주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동인권은 18세에 이르는 긴 시간의 인권 현안을 아우르는 만큼 세상의 모든 인권을 포함합니다. 그만큼 어떠한 인권 문제도 아동이 관계되지 않을 수 없으며, 다양한 인권 문제에서 아동에 대한 더 민감하고 세심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민변 아동위는 그 감각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놓치지 않고자 노력할 수 있는 터전입니다. 무엇보다 아동의 인권은 더 작고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포용할 수 있는 방향키라 생각합니다. 민변 아동위는 그 따스함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한다면 기꺼이 더 큰 꿈을 꾸고, 좀 덜 지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매력적이니, 앞으로 민변 아동위 활동 소식이 있으면 한 번 더 봐주시고, 또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일손은 언제나 부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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