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임기 2주 남은 지부장의 대의원회의 참석 후기 / 우아롬 회원(전북지부)

임기 2주 남은 지부장의 대의원회의 참석 후기
– 우아롬 회원(전북지부)
전북지부는 1월 정기총회에서 지부장을 선출하고 2년의 임기는 3월 1일부터 시작한다. 이번 정기대의원회의는 임기를 2주 남기고 진행되었다. 마음은 이미 지부장이 아니지만 직함은 아직 지부장인 불편한 상황이다. 심지어 차기 지부장과 함께 참석했다. 아무래도 레임덕에 불만을 품은 임기 말 지부장의 폭주를 막기 위한 안전 장치인거 같다. 실제로 잠시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우리 지부의 오랜 격언을 떠올리며 총회, 지부연합산행 등 지부에서 준비가 필요한 행사의 유치 의사가 있음을 선언해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의원회의는 이번이 3번째 참석이다. 서울 구경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기에는 2시부터 6시까지 꽤 많은 안건을 보고하고 의결한다. 각 위원회와 지부의 활동보고를 듣다 보니 우리 지부의 2024년 활동은 어땠는지, 그리고 지부장 임기 2년 동안 나는 나의 역할을 제대로 했나 하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대의원회에 보고된 활동 내역을 살펴보니 우리 지부는 올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매달 월례회를 했고, 대구지부 변호사님들을 초청해 대구경북에서의 민변활동에 대해 듣기도 했으며, 시민단체와 많은 연대 활동도 이루어졌고, 토론회와 강연, 영화상영도 주최했으며, 로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세미나 역시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너무 자주 보는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하다. 노는데 진심인 지부장을 필두로 인권기행을 다녀왔고(장난스럽게 이야기 하긴 했지만 인권기행은 그냥 놀러 가는게 아닌 아는 만큼 보이니 더 잘 보고 배우기 위해 가고 있다), 한승헌변호사님을 기리는 산민 장학금에 기부를 하기도 했다. 12·3 계엄 후에는 몇 년 만에 지부 깃발과 깃대까지 새로 맞춰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하고, 발언자로 서기도 했으며, 성명서와 시국선언 광고도 게재했다. 누군가 일복 있는 사람은 다르다며 임기 얼마 안남기고 할 일이 이렇게 많아질 수 있냐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수거 대상의 일원이라는 점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두 번 다시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다른 지부의 공익소송 활동 내역을 보니 괜히 움츠려 든다. 우리 지부의 활동 보고 내역 중 가장 적은게 공익소송이었다. 공익소송은 늘 어려운 문제다. 이에 대한 기준을 잡고자 공익위원회를 둬 위원회에서 심의를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렵다. 공익소송이라며 의뢰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공익성의 지표를 객관화해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전북지부는 상근 직원이 없다. 고정적인 지출이 없다 보니 자금이 비교적 여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일을 회원, 특히 집행부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 운영된다. 임기 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면 부족한 사람을 늘 물심양면 도와준 회원들 특히 집행부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임기가 끝나면 마냥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앞으로 선출직 및 당연직 대의원이 아니니 대의원회의를 참석하지 못한다는 데 아쉬움이 생긴다. 이제 인정하자 나는 민변을 정말 좋아하고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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