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7. 18. 선고 2023고합5 판결에 대한 소고_성매매가 아니라 아동성착취입니다 (월간변론 115호)

2023-10-04 277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2023. 7. 18. 초등학생인 아동 피해자들을 금전적 대가로 유인하여 수차례 간음, 강제추행한 피고인 6명에게 징역 1년~3년, 집행유예 1년 6월~4년, 벌금형 등을 선고하였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7. 18. 선고 2023고합5 판결). 이 가운데 일부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에게 3~4회 가량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나 법원은 이들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범행을 “성적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는 단계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미성숙하고 금전적 유인에 취약한 아동·청소년에게 성매수 대가로 지급되는 금전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고 이를 악용한 추가적인 범죄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평가하였으며, 일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다는 점 또한 불리한 양형 사유로 지적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판시가 무색하게,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양형기준상 정식명칭은 ‘처벌불원’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였으니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법원에 탄원하는 것을 의미한다)’하였으며,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를 위하여 일정 금액을 형사공탁하였다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유로 참작하며 검사의 구형(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들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여달라고 법원에 요청하였다)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형을 선고하였다. 심지어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피해자들에게 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하거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 범행 경위에 다소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렇듯 법원은 피해자 중심주의적 관점, 아동 최상의 이익이라는 보편적 인권 원칙에 반하여 가해자의 이익만을 고려하여 양형을 판단하였다. 특히 법원이 피고인들의 범행 경위를 언급하며 아동 피해자가 성인 가해자에게 저항하거나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한 것은, 금전적 이익을 매개로 아동의 성에 접근하는 행위가 아동을 수탈하는 ‘성착취’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1989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모든 형태의 성적 학대와 성착취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를 명시하고, 유엔 아동인권위원회가 2019년 협약 선택의정서 이행을 위한 지침 초안을 통해 ‘성매수 대상 아동’을 ‘성매수로 착취당한 아동’이라는 용어로 대체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 이래로 국제사회는 ‘아동 성매수’를 ‘성착취’로, 성매수에 이용된 아동은 ‘성착취범죄의 피해아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또한 2011년 10월 25일 선고 2011헌가1 결정에서 아동 피해자의 동의나 저항 여부에 상관없이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아동·청소년의 빈곤·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영리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착취'”이며, “아동·청소년의 정신과 신체에 손상을 입히는 중대한 범죄”임을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더욱이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죄인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의제강간’은 피해자의 나이가 16세 미만인 경우, 가해자가 폭행·협박하지 않은 경우에도 저항하기 어려우므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강간·강제추행이 성립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법원의 위 판시는 해당 조항의 입법취지를 저버린 것이다.

법원이 피해자 측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탄원하였음에도, 피해자 동의 없이 이루어진 공탁을 감경 사유로 평가한 것 또한 대법원 양형기준의 취지에 반한다. 공탁, 합의(처벌불원)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용서와 처벌불원을 구하며 지급한 금전이 사실상 피해배상금으로써,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공탁, 합의는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회복을 전제로 한다. 피해자가 피해배상금만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거나, 자신의 피해 회복을 위해 가해자가 처벌되기를 원할 때에도 공탁, 합의를 가해자를 위한 감형 사유로 판단하는 것은 공탁, 합의의 본질에 어긋난다. 게다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19세 미만 대상 성매매범죄’ 양형기준표에는 합의, 공탁이 감경사유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취약성을 이용한 점, 피해자들의 연령, 피고인들의 범행이 반복된 점 등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일반적 양형기준은 굳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범죄의 양형기준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합의, 공탁은 감경사유로 적극 판단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은 1991. 12. 20. 발효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이자, 2002. 1. 18. 발효된 ‘아동의 매매·성매매 및 아동 음란물(현행법 기준 ‘아동 성착취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당사국이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및 선택의정서를 채택한 당사국으로서 대한민국은 아동·청소년을 평화·존엄·관용·자유·평등·연대의 정신 속에서 양육하여야 하며, 아동에 대한 성착취를 근절하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협약 및 선택의정서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은 아동 대상 범죄를 적극 예방하고 아동을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보편적 인권의 원칙에 입각하여 이 사건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아동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이해하였으며 범죄의 심각성·중대성에 비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관대한 형을 선고하였다. 과연 대한민국은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고 아동이 성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피해자에게 형사재판은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고 가해자를 처벌함으로써 피해자가 잃어버린 정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항소심 법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합당한 판결을 선고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조은호 변호사 <월간변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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