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성명] 미등록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피해 조장하는 법무부를 규탄한다
[성명]
미등록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피해 조장하는 법무부를 규탄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임금체불 등 노동권이 침해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통보의무를 면제하라는 권고를 하자 법무부가 이에 대해 불수용 의견을 밝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침해를 외면한 채 단속에만 치중하는 법무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출입국관리법상 통보의무란 공무원이 직무집행 중 미등록 외국인 등을 발견하면 출입국사무소에 이를 알려야 하는 의무이다. 다만 인권 구제, 범죄 피해 구제가 필요한 경우로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열거된 경우(성범죄·사기 피해자 등)에는 위 통보의무가 면제된다. 공무원의 통보의무로 인해 미등록 외국인이 체불임금 진정을 제기하던 중 단속되어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는 등의 사태가 반복되었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침해 구제 과정에서도 통보의무 면제를 권고한 것이다.
법무부의 이번 불수용 조치는 반인권적임을 넘어 임금체불을 옹호하는 것에 다름 없다. 법무부는 임금체불이 금전 채권·채무 관계에 불과해 인권 침해 또는 범죄 피해자 구제가 필요한 정도에 이르지 못했고 건전한 고용 환경 유지를 위해 통보의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권위 권고 불수용 의견을 밝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임금체불 피해가 집중되고, 사업주들이 임금체불 후 출입국에 신고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협박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법무부의 이러한 태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용노동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3주간(1. 6. ~ 1. 24.), 「임금체불 집중청산 운영계획」을 마련하여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담 신고창구(노동포털 온라인 및 전용전화 개설)를 운영하고 체불임금 청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번 불수용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전담 신고창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내국인보다 3배 높은 임금체불을 경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결국 그 피해를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노사 법치주의’를 기치로 내걸며 불법행위는 노사를 막론하고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과연 윤석열식 ‘노사 법치주의’는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동등하게 작동했는가? 현재와 같이 통보의무가 존재하는 한 사용자들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임금체불은 계속될 것이다.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도 엄연히 ‘불법행위’다. 요컨대 법무부는 통보의무를 유지함으로써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장려하고 있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권리구제에 대한 접근을 막음으로써 사용자만을 위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이 같은 법무부의 태도는 행정부 총책임자인 대통령의 발화와 명백히 대립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노사 법치주의’를 관철시킬 의사가 있다면 지금 당장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보의무를 면제하라.
2025년 1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신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