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논평] 피해자 191명에게 148억 원의 피해를 일으킨 전세사기범들을 대폭 감형한 대법원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2025-01-24 49

피해자 191명에게 148억 원의 피해를 일으킨 전세사기범들을 대폭 감형한 대법원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대법원은 2025. 1. 23. 남모씨 등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의 피고인 10명에 대하여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지었다(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도15455 판결). 당초 제1심은 주범 남모씨에게 징역 15년, 나머지 공범들에게 징역 4년 내지 13년의 실형을 선고하였으나, 이와 달리 원심인 제2심은 남모씨는 징역 7년, 공범 6명은 징역 8월 내지 징역 1년 6월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나머지 2인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원심을 확정지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2,700여세대에 달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양산되고 4명의 희생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외면하여 피해자들을 다시 짓밟은 것과 다름없다. 우리 모임은 사법 정의 구현을 스스로 무너뜨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1.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①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경우 기존 임대차보증금 부분은 새로운 재물편취가 아니라 이익편취이고, 이를 공소장 변경 없이 사기죄로 인정할 수 없고, ② 남모씨 외의 공범들에게 2022. 5. 27. 이전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③ 개업공인중개사등이 소위 ‘바지’ 임대인을 중개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의 직접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결을 수긍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

① 그러나 원심 판결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에서 재물과 재산상이익은 임대차계약 갱신을 기준으로 나뉘는 것에 불과하여 그 구분이 어렵지 않음에도, 원심은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에 제1심이 인정한 피해자 191명 중 180명만을, 피해액 148억 원 중 68억 원만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11명의 피해자와 80억 원의 피해액에 대한 남모씨 일당의 범죄에 대하여 불고불리 원칙의 형식 논리만을 기준으로 면죄부를 준 원심 판결에 동조한 것이다.

② 또한, 남모씨 일당은 2022. 5. 27.보다 훨씬 이전부터 공인중개사를 채용하여 소위 ‘바지’ 임대인을 통해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왔고, 이미 2018년부터 재산세 미납으로 압류를 당하거나 임대차보증금 반환 분쟁을 겪었으며, 2021년 초부터 직원 급여나 성과수당을 지급하지 못했고, 2021. 3. 21.부터 부동산 담보대출의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하였음에도, 남모씨 외의 공범들이 2022. 5. 27. 중개팀 회의 전까지는 남모씨의 재정악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보인다면서, 원심은 그 이전의 임대차계약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단순히 변제 자력에 문제가 발생하여 사기죄로 이어졌다는 원심의 전제에 동조하여, 남모씨 일당이 바지 임대인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세입자들을 기망한 사업구조가 처음부터 범죄행위가 아니었다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③ 무엇보다도, 원심은 공인중개사가 ‘바지’ 임대인을 동원하여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고 체결한 것을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의 직접거래(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자기 중개의뢰인의 거래 상대방이 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실제와 다르게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소위 ‘바지’ 임대인으로 내세워 세입자를 기망하는 전세사기의 실상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가 없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공인중개사가 ‘바지’ 임대인을 이용하여 전세사기를 마음껏 벌일 수 있는 판을 열어준 것이다.

3. 결론

소위 ‘건축왕’ 남모씨는 인천 미추홀구에만 2,700여 세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고, 현재 피해자로 집계되어 기소된 사례만 700여 세대에 달하고 있다. 휘하 직원들인 공범들을 통하여 공인중개사 및 관리업체까지 장악하고 있었고, 소위 ‘바지’ 임대인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속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남모씨 일당의 범죄행위로 인해 벌써 4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달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오히려 범죄에 적극 가담하였다.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피해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대법원은 전세사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범죄의 심각성을 간과하였고,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새로운 전세사기의 판을 벌여놓았다. 대법원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정의는 어디에 있다고 대답할 것인가?

 

2025. 1.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김남주

첨부파일

.png

스크린샷 2025-01-24 155517.png

[민생위][논평] 피해자 191명에게 148억 원의 피해를 일으킨 전세사기범들을 대폭 감형한 대법원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