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전설비의 경상정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24명의 근로자들, 고 김충현 동지의 동료분들을 대리하여 한전 KPS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대리인 중 한 명입니다.
이 사건은 2022년 6월에 처음 소가 제기되었고, 만 3년이 넘게 진행이 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간 8번의 변론기일이 진행되었고, 아마도 오늘 마지막 변론기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 파견관계입니다., 즉 원고들이 하도급 관계에서 형식적으로 용역업체 소속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원청인 한전 KPS의 직원과 마찬가지로 종속된 형태로 파견근로를 하였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실제로 원고들은 피고가 작성한 정비절차서에 따라 발전 설비의 정비업무를 수행하였고, 특히 계획예방정비 기간에는 피고가 설비별로 정해 놓은 편성표에 따라 피고 직원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피고 직원들은 직접 구두로 지시를 하거나, 문자와 전화 연락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상시적으로 원고들과 소통하며 업무지시를 하였고, 당연히 원고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 원고들이 속한 협력업체는 파견법상 2년의 계속근로기간을 회피하기 위해 약 1년 단위로 변경되어왔으나, 업무 내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원고들이 수행해온 정비, 점검업무가 발전설비를 이용한 전력생산이라는 한전KPS 업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피고 한전KPS 직원들은 발전설비의 경상정비 작업을 하는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같은 작업조에 편성되지 않을 수가 없고, 원고들로부터 작업 현황을 보고 받지 않을 수 없으며, 원고들과 피고 직원들은 수시로 혼재작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즉, 원고들은 한전 KPS의 지시, 감독을 받으며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즉, 파견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고 김충현 동지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충현 동지는 원고들과 같은 협력업체인 파워오엔엠에 속해 있었고, 피고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발전설비에 사용되는 부품, 작업도구들을 제작, 가공하는 업무를 수행하여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직원들의 통제와, 관리 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협력업체가 매년 변경되는 것과 관계없이 수행업무가 동일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고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청구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노무 비용 절감이라는 이윤의 동기와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 회피의 동기가 있습니다. 한전 KPS는 다단계 하청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노무비용을 줄이고, 위험을 외주화시킴에 따라 산업재해에 대한 직접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였습니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과 책임회피를 위한 다단계 재하청구조가 김충현 동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희 소송은, 피고가 노무비용절감과 사고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위법하게 재하청구조를 유지하였다는 점, 피고가 형식적으로 유지해온 재하청구조가 고 김충현 동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고 김충현 동지의 동료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법원은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로서 응답하여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