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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공동논평] 이재용 무죄 판결, 다시 삼성공화국으로 돌아간 사법부 |
날 짜 |
2025. 7. 17. |
이재용 무죄 판결, 다시 삼성공화국으로 돌아간 사법부
경영권 승계 합병목적과 분식회계 인정한 대법원·행정법원 판단과 모순
범국가적 피해 제물삼아 부당이익 얻고도 무죄, 심각한 선례 남긴 것
국민연금 손해배상 및 ISDS 구상권 청구 소송으로 국민 피해 회복해야
1.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오늘(7/17) 삼성 불법합병 사건에 대하여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이재용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무죄를 확정했다. 시장질서를 무시한 채 횡포를 부리는 경제권력에게 사법부가 끝까지 면죄부를 준 셈이다. 삼성 불법합병은 대기업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과 세금 등 전 국민의 수천억 원 피해를 제물로 삼은 악질적인 범죄행위이다. 그럼에도 경제권력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승계목적에 대해 앞뒤가 다른 판례를 내놓으면서까지 사회정의를 훼손하는 수치스러운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2.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부적절하긴 했어도 처벌받을 정도는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해 기획된 부당한 거래라는 점은 당시 국내외 자본시장과 사회 전반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은 분식회계, 합병비율 조작, 회계법인 동원, 공시가격 왜곡 등 온갖 불법적 수단을 총동원했고,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 공여와 국정농단까지 동반됐다.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 시스템 전반을 농락한 사건인 것이다.
3.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은 이 불법합병을 매개로 뇌물을 주고 받아 이미 각각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부 인사들도 유죄가 확정되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합병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도 형사재판에서만 유독 ‘사업상 목적이 있었고 일방적인 합병 지시나 분식회계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동일 사실에 대한 전혀 다른 판단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정작 핵심 주체인 이 회장이 무죄라면 이미 유죄를 받은 이들의 범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4. 삼성 불법합병으로 인해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최대 6,750억 원(참여연대 추산)의 손해를 입었고, 엘리엇과 메이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를 제기해 총 약 2,500억 원의 세금이 유출되는 상황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 중 946억 원은 지난 5월 28일 국무회의에서 메이슨 ISDS 패소에 따른 지출 의결로 이미 손해가 실현되었다. 삼성 총수일가는 막대한 범국민적 피해를 제물로 삼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수 조 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거두었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도 해쳤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권력과 작당해 민주주의에도 큰 위협을 끼쳤다. ‘삼성공화국’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낸 이 사건에서 면죄부를 준 판결은 국민의 눈높이와 법감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법원은 이러한 국가적 피해의 책임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겠다는 것인가.
5. 이번 결정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업들에게 범죄의 중요한 증거들을 조직적으로 삭제하고 공장 바닥을 뜯어 조직적으로 은폐하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10년에 걸친 재판과정 동안 이재용 측은 집요하게 검찰의 위법수집증거 문제를 지적했고, 이를 실행한 임직원들이 실형을 선고 받고 승계목적이 담긴 내부문건들이 다수 폭로되었음에도 상당수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로 이재용 측, 검찰, 재판부를 제외하면 도대체 어떤 증거들이 수집되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배제된 증거들이 승계목적을 입증하기에 부족한 내용들이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형사공판에서의 증거 채택은 피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나, 사법부는 유독 윤석열 전대통령이나 이재용 회장과 같이 권력자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였다. 사상 초유의 시간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석방했던 지귀연 판사는 이번 사건의 1심 판사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 바닥에서 입수한 컴퓨터와 파일들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고, 대법원까지 같은 판단을 유지하였는데, ‘인권보장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가 ‘권력자들의 인권만 보장하는 사법부’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향후 재벌총수들의 불법행위와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와 사법적 판단을 심각하게 제한하여 사회정의와 실체적 진실의 회복을 어렵게 하는 최악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6. 이 사건 재판의 결과는 법원이 소극적이고 협소한 법해석으로 또 한 번 친재벌적 판결을 내린 것이며, 다른 재벌 대기업들에게 삼성을 롤모델로 삼아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국가와 경제적 약자들에게 피해를 입혀도 된다는 선례를 남겨준 것과 다름 없다.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이 불법합병에 가담한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만전을 기하고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 판정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국민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끝.
2025년 7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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