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정보위][공동 성명] 개인정보 가명처리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를 전면 박탈한 대법원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2025-07-18 18

[디지털정보위원회][공동 성명] 

개인정보 가명처리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를 전면 박탈한
대법원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 SKT가입자가 SKT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의 정지를 요구하였고, 사실심 법원은 모두 원고 승소 취지의 판결을 하였으나, 원고 패소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
  • “가명처리는 개인정보의 처리가 아니라는 판단”은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

 

1. 오늘(7월 18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대법관 마용주, 주심 대법관 서경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신숙희)는 SK텔레콤(이하 ‘SKT’)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4다210554 판결). 해당 판결의 제1심과 항소심은 모두 SKT 가입자들이 SKT를 상대로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정지를 구할 수 있다는 원고 승소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납득할 수 없는 논거로 원심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으며 파기환송 하였다. 우리 단체들은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를 심각하게 박탈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2. 지난 2021년 2월 원고들은 SKT를 상대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여 활용하는 행위를 정지하라는 내용의 제1심 소송을 제기하였다. 현행「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처리하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해당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제35조제1항)는 점과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하여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음(제37조제1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정보주체들은 개인정보처리자인 SKT가 가입자의 열람청구와 처리정지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고, 사실심 법원은 모두 이러한 정보주체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5. 7. 18.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 제1항 제1문의 처리정지 요구의 대상에 ‘개인정보의 가명처리’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3.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에서 ‘가명처리’와 ‘처리’ 를 구분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② “가명처리”의 개념은 개인정보에 대한 식별의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이므로, 정보주체에 대한 권리 또는 사생활 침해의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개인정보 “처리”와는 구별된다는 점, ③ 가명정보 관련 조항의 입법 취지가 데이터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고, 데이터 관련 신산업 육성이 범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이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였다.

 

4. 그러나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오히려 입법취지를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첫째,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에서 ‘가명처리’와 ‘처리’ 를 구분한 것은 ‘가명처리’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하여  개념적인 외연의 구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둘째, ‘개인정보를 가명처리 하는 행위’ 그 자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처리’의 “수집, 생성, 연계, 연동, 기록, 저장, 보유, 가공, 편집, 검색, 출력, 정정(訂正), 복구, 이용, 제공, 공개, 파기(破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라는 점이 자명하고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특히, “가명정보”는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하여 추가 정보의 사용·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이지만, 동시에 추가 정보의 결합을 통하여 언제든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법은 시간·비용·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할 때 다른 정보를 사용하여도 더 이상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인 ‘익명정보’와 ‘가명정보’를 구분하고 있으며, 여전히 ‘가명정보’를 ‘개인정보’로 포섭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식별 위험성이 낮아졌다는 사정만으로 ‘가명정보’를 마치 익명정보인 것처럼 창의적인 논리를 구성하고 있는 바, 이는 ‘개인정보’와 ‘처리’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다. 셋째, 가명정보 관련 조항의 입법 취지가 데이터의 이용을 활성화한 것이고, 데이터 이용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한 취지와 필요만으로 명백한 개념 규정을 오독하는 것은 논리 조작이다. 한편, 같은 관점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개인정보에 대한 가명처리를 ‘개인정보의 처리’로 보아 처리정지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최종적 해석은 법원에 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전문성을 가진 행정기관의 해석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무리한 해석을 한 것이다.

 

5.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일단 통신사는 수집한 가입자 개인정보를 가명처리만 하면 가입자의 명확한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통신사가 자유롭게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최근 SKT의 유심정보가 대량 유출되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SKT의 서버에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KT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과학적 연구를 명분으로 이용자 가명정보를 목적 외로 활용하고 제3자에게 제공하게 되면,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더욱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이용자는 자기 개인정보에 대한 처리정지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는 것이 개인정보 처리가 아니라는 취지의 이번 판결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가명처리는 안전조치의 하나로 당연히 개인정보 처리로 포섭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 보아서도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만한 판결이다.

 

6. 시민사회는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대법원이 사실상 시민들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권리를 박탈하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정보주체의 가명처리에 대한 처리정지 요구는 정보주체가 가명정보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리이다. 다수의 하급심 판결은 오히려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을 하였음에도 대법원이 뻔뻔하게도 법기술과 자본의 논리를 악용하여 마땅한 권리를 침해하였고, 법률의 명백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산업발전을 위해 정보주체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해석하였다. 최고 법원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할 수 없는 이 같은 논리모순적이고 자의적 법리해석이야말로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하게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활동해 온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정보주체의 처리정지 요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끝.

 

 

2025. 7. 1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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