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회 후기]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일까? : 10월 회원월례회 ‘신형철 문학평론가와의 만남 ‘ 후기

2023-11-02 76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일까?

-10월 회원월례회 ‘신형철 문학평론가와의 만남 ‘ 후기

박용범(법무법인 덕수)

우선 신형철 평론가에 대한 나의 독서 이력을 말씀드리고 싶다. 신형철 평론가가 떠오르는 젊은 평론가로 주목받던 시절에 글을 처음 접했으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15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일단 시간이 많았기에 나름 문학을 꽤 읽는 독자였다. 이곳저곳에 실린 평론들, 그리고 신문에 연재되는 글을 한편씩 읽다가 이후로 연재된 글들이 몇 년마다 책으로 묶여 나오면 챙겨보았다. 한때 문학 팟캐스트가 유행하던 시절에 신형철 평론가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자주 들었는데 팟캐스트가 종료됐을 땐 상당히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면 신형철 평론가의 독자 정도는 된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신형철 평론가가 민변 월례회에 온다니! 당연히 가보고 싶었고 그래서 재빨리 신청을 했지만, 사실 강연 당일까지 정말로 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는 못했다. 다행히 강연날인 10월 18일 수요일 누구도 급한 일로 나를 찾지 않았기에 시간에 맞춰 민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꼭 참석했어야 할 민변 모임에는 일을 핑계로 빠지고 문학 강연에 앉아있다는 생각에 잠시 겸연쩍음을 느끼던 사이, 송경동 시인과 서울대학교 김명환 교수의 소개로 신형철 평론가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날의 강연주제, “시를 쓰고 읽을 때 우리가 생각하면 좋을 것들”이라는 큰 글자가 화면에 띄워졌다.

사실을 말하자면 화면에 띄워진 글자를 보고서야 강연이 시에 대한 것인 줄 알았다. 강연은 같은 건물을 쓰는 익천문화재단 길동무와 공동으로 주최한 것이라, 변호사들 못지않게 길벗에서 문학수업을 듣는 작가지망생 또는 문학애호가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시는커녕 매우 산문적이고 비문학적인 생활을 해오고 있는데 시라니,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강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은 시를 쓰거나 읽을 때의 자세한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유사한 단어를 차례대로 제시하면서 이 둘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바브라 스트라이잰드의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을 예로 들어 리듬과 라임을 설명하고, 이어서 감정과 기분, 행동과 행위, 의문과 질문, 이렇게 다소 비슷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 단어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연 중 감정과 기분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에 멈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음을 끝까지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마음을 틀 짓는 사회적인 맥락까지 보는 것이 시를 쓰는/읽는 마음이라는 것이다(물론 신형철 평론가께서 사용한 정확한 표현은 아니고 그날 이해한대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해와 용서를 설명하며, 꼭 이해라는 것이 용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도덕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되면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문학이야 말로 평소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장이고 독서 역시 자기 자신을 강화하는 대신 자신을 넓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사실 변호사로 일하며 한쪽 편을 대리하여 싸우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니면 그냥 게으름 때문인지 굳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쉽게 단정하려고 들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너무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까지 은연 중에 생각하기도 했다. 그날 강연에서 했던 말들을 시를 쓰는/읽는 자세를 넘어서 세상과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해도 전혀 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자세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에 유려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빈틈이 없고 사람들의 인식을 넓혀주는 글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청중들의 집중 속에 두 시간의 강연도 금방 끝이 났다. 사실은 그날 저자의 책에 사인을 받아오라는 임무를 받고 강연에 참석했는데, 워낙에 많은 분들이 참석했던 까닭에 좋은 강연을 들은 것으로 만족하고 그만 귀가했다.

끝으로 그날 강연에서 행복에 대해 언급했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강연에서 신형철 평론가께서는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 비극보다는 허무라고 답하고 싶다고 하셨다.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볼 말인 것 같다. 좋은 강연을 준비해주신 회원팀에 정말 감사를 드리고, 모든 회원분들도 허무를 느낄 겨를이 없는 가을을 보내시기를.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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