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터뷰] 우리의 연대는 국경이란 담장을 넘는다 – 미국 변호사 임현수 회원 인터뷰

2023-11-02 14

[회원 인터뷰] 우리의 연대는 국경이란 담장을 넘는다

-미국 변호사 임현수 회원 인터뷰

 

 

임상옥 :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일단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임현수 : 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임현수고요, 미국 워싱턴 DC 변호사여서 작년에 특별회원 자격으로 민변 회원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2018년에 로스쿨을 졸업해서 이제 5년차 변호사고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이후 대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현재는 워싱턴 DC에 정착해서 살고 있습니다.

 

임상옥 : 그러시군요. 안 그래도 민변에 대해 언급해 주셨으니 먼저 민변에 관해 먼저 질문드려야겠네요. 변호사님께서 민변에 가입하게 된 경위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임현수 : 일단 민변 활동에 대해서 뉴스를 통해서도 본 적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 같은 분들도 민변의 전신 단체에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서 민변에 대해서는 이미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당연히 한국 변호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특별회원이라는 자격도 있어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2021년에 민변에서 한국인권보고대회를 서울변호사회관 건물에서 마련하셨는데요, 그때 거기 참석해서 특별회원 가입에 대해 여쭤봤었고, 추후에 짧은 인터뷰를 통해서 회원 신청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임상옥 : 민변 뉴스레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민변에 관한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잖아요? 최근에 접하신 소식 중 관심이 갔던 소식이나 그런 것들이 있을까요?

임현수 : 민변 회원들이 결혼하신다는 소식 같은 거 행복한 소식이니까 그런 것도 눈여겨봤고요. 민변 활동과 관련해서는 이제 현 정부에서 규탄할 만한 그런 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 매번 성명을 내시잖아요. 여성가족부 폐지나 이런 현안에 대해서. 그런 성명서 내실 때마다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임상옥 : 혹시 민변에 있는 여러 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나요?

임현수 : 네 알고 있고 저도 거의 유령 회원 수준으로 가입된 위원회가 몇 개 있습니다. 제가 지금 가입해서 소속되어 있는 위원회가 국제연대위원회하고 미군문제연구위원회에요. 아 그리고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에도 소속되어 있습니다.

 

임상옥 : 꽤 많은 곳에 소속이 돼 있으시네요.

임현수 : 네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너무 죄송한데 제가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데 항상 위원회 미팅이 제가 있는 워싱턴 DC 기준 새벽 6시 정도로 잡혀서, 그 핑계로 잘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상옥 : 알겠습니다. 만약 이 인터뷰가 나간다면 위원회 회원분들이 변호사님의 이런 사정도 적극적으로 고려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임현수 : 네 제가 어쨌든 여기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고 싶습니다. 제가 22년도 5월에 민변 정기총회를 갔었거든요. 전주에서 할 때 갔었는데, 그때 제가 속한 소속 위원회 분들과도 만났고,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미국에 정보 청구 소송을 해야 할 일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거는 제가 여기서 로케이션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은 맡겨주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직까지는 제가 필요한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가 활동을 한 게 하나 있긴 있는데요. 긴급히 난민 신청을 해야 하는 분이 계셨고, 민변 변호사님들과 이제 같이 팀을 꾸려서 그분을 돕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제가 그분의 출신 국가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부분을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제가 한국보다 여기에서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임상옥 : 만약 변호사님께서 한국에서 변호사 일을 하셨다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결합해 보고 싶은 이슈나 민변 회원으로서 주도적으로 다뤄보고 싶으신 이슈가 있을까요?

임현수 : 저는 일단 캐나다, 미국에서 이민자이자 소수 인종으로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 돌아가서 변호사 활동을 한다면 한국의 그런 다문화 사회에 있는 아이들이나 새로운 구성원들이 사회에서 충분히 자기 역량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그런 정책 활동이나 그런 분들을 돕는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어쨌든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유럽인권재판소에서도 있었고 그러니까 그런 비교법적인 시각이 필요한 분야가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고요.

 

임상옥 : 변호사님 개인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중학교 때 이민을 간 뒤 어떤 계기로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되신 것인가요?

임현수 : 고등학생 때 영어 선생님이 ‘Association for Learning and Preserving the History of World War Ⅱ in Asia’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계셨어요. 그 단체는 난징 대학살이나 위안부 문제 같은 것들을 캐나다 교과서에 실어서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또 일본 정부가 사과하고 배상하도록 압박을 가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였어요. 그런데 그때 영어 선생님이 저한테 ‘이거는 한국에서도 큰 문제라서 한국인 학생도 함께 활동하면 좋겠다’고 해서 저를 초대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단체에 들어가서 주로 한 일은 제가 사는 도시에 있는 한인교회들을 다니면서 우리 단체가 다루려는 문제가 왜 교민들한테도 중요한지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었어요. 그때 어떤 동기나 목적에 대해서 직접 말하고 했던 경험이 저한테는 가슴을 뛰게 하는 그런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 경험을 통해 언어로써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설득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변호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후로는 대학에서 동아시아학하고 국제개발학을 전공했거든요. 동아시아학은 주전공이었고 국제개발학은 부전공이었는데 그래서 계속 저는 언젠가는 동아시아 인권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학부 때는 공부를 했고 졸업하고 나서 1년 동안은 중국에 가서 중국어만 공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로스쿨에 갔고 로스쿨을 졸업하자마자 학교에서 펠로우십을 받아서 유럽인권재판소에서 1년간 공익 변호사로 있었고 이후 현재 소속된 로펌(WilmerHale)에 오게 됐습니다.

 

임상옥 : 현재 로펌 변호사로서의 업무 일과도 궁금합니다.

임현수 : 여기도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일상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제가 현재 있는 곳도 그렇고 평소 1년 동안 채워야 하는 할당 업무 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저희 로펌은 1년에 2천 시간 정도를 채워야 하는데, 그게 클라이언트에게 청구하는 시간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니 저도 보통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합니다. 다만 2천 시간 안에 프로보노 시간도 무제한으로 포함이 돼요. 그래서 변호사 중에는 프로보노를 많이 해서 2천 시간 중에 천 시간이 프로보노에 해당하는 경우도 간혹가다 있어요. 그렇지만 그 비율과 관계없이 똑같이 2천 시간으로 인정이 됩니다.

 

임상옥 : 연간 2천 시간의 업무시간을 채우는 데 있어 프로보노 활동과 통상적 의미의 변호사 업무를 구분 짓지 않는 것은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임현수 :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우선 로스쿨 학생들이 졸업 후 로펌 취업을 생각할 때 해당 로펌이 어떤 내용의 프로보노 사건들을 하는지 눈여겨볼 때가 많고, 그러다 보니 채용자인 로펌 입장에서도 프로보노 사건 수행에 관심을 가지는 편입니다. 또 사회적 파급력이 큰 프로보노 사건은 사건을 담당했다는 것 자체가 로펌 입장에서는 마케팅이 될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켄터키의 어떤 교회가 2020년 팬데믹 기간에 부활절 예배를 주차장에서 다들 자기 자동차에 앉아서 드리려고 했는데, 도시에서 예배 자체를 막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저를 포함한 저희 로펌 변호사 몇명이 법원에 임시제한명령(TRO, Temporary Restraining Order)을 신청해서 이겼고, 그걸 이유로 그 해에 어떤 상도 받고 여러 가지로 이슈도 되고 그랬거든요. 로펌 입장에서는 프로보노인 동시에 되게 큰 마케팅 기회가 된 거죠.

 

임상옥 : 현재 담당 중이신 프로보노 사건이 있을까요?

임현수 : 저는 주로 난민 사건을 하는데요, 제가 지금 담당하는 난민 관련 사건이 3~4개가 있는데 사실 다 한 가족에 관한 것이거든요. 가족 구성원 각자가 가지고 계신 난민 신청 근거가 다 달라서 그런 것인데, 미국은 아무래도 중남미에서 오시는 난민 신청자분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미국도 난민 인정 절차와 관련한 시스템이 정말 느려서 제가 2020년에 난민 신청을 한 분이 아직까지도 인터뷰를 못 하시고 계세요. 다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미국은 일단 난민 신청을 했으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거든요.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은 여기에서 쫓겨날 위험이 없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어쨌든 이렇게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게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어느 정도 자기 삶을 미국에서 가꾸어 갈 수 있습니다.

 

임상옥 : 미국 사회에서도 현재 한국에서의 집회·시위의 자유 제한이나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압수수색 같은 그런 문제가 되는 현안이나 화두가 있을까요?

임현수 : 네 그런 현안은 항상 있어요. 특히 미국은 굉장히 양극화된 나라이기 때문에 정말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기가 한국보다도 힘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조금이라도 사회주의적으로 보이는 정책은 민주당에서도 극도로 피하고 그런 성향이 있고, 그래서 유럽이랑 비교했을 때 여성 인권을 보장하는 수준이 현저히 낮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법적으로 출산 휴가가 부여되잖아요, 출산 휴가가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보장이 되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들은 오히려 부럽기도 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대법원 법관을 여러 명 임명했는데, 그 법관들이 ‘낙태권’을 헌법적인 권리가 아니라고 한 것처럼 여러모로 완전히 선례를 뒤집는 판결을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미국은 지금 진보적인 가치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많이 후퇴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법원이 거기서 큰 역할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다 지금 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임상옥 : 마지막으로 민변 특별회원으로서 앞으로의 다짐 또는 한국에 계신 민변 회원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임현수 : 네 제가 미국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일이 있으면 저도 가끔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민변 회원분들께서 미국에 연수나 출장 오실 일 있으면 너무 반갑게 맞을 것 같아요.

 

임상옥 : 네 변호사님, 많이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임현수 : 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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