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논평]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유죄판결, ‘사법농단’에 엄정한 책임을 묻는 정의로운 법원은 없었다.

2024-02-06 64

[논평]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유죄판결,

‘사법농단’에 엄정한 책임을 묻는 정의로운 법원은 없었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은(이하 “1심 법원”) 2024. 2. 5.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일부혐의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형 및 집행유예 3년 판결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2. 5. 선고 2018고합1088 판결, 이하 “1심 판결”). 위 판결은 사법농단 관련 사건 피고인 14명 가운데 세번째로 유죄가 인정된 판결이다. ‘사법농단’의 핵심 관계자인 임종헌 전 차장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한정된 혐의에 대해서만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부적절한 양형판단으로 임 전 차장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축소한 1심 판결에는 여전히 ‘사법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마땅한 책임을 묻지 못한 한계가 있다.

 

2. 1심 법원은 임 전 차장의 다양한 혐의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법적책임, 국회의원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등 개별 사건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서의 검토 지시, 법원행정처의 개입을 은폐하기 위한 허위 해명자료 작성 지시,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이용한 정보 및 자료 수집 지시, 특정 법관의 재산상태 사찰 지시,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회의원들 상대 제소 방안 검토 지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각 유죄로 판단했다.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은 ‘사법농단’이 실재하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무죄판결 선고 이후 ‘사법농단’ 그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인, 단체 등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방증한다.

 

3. 한편 1심 법원은 지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판결의 논리를 답습하여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재판개입에 관한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임 전 차장의 재판 및 소송개입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개별 법관에 대한 사찰행위 및 법원 내부 모임 와해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모임은 직권남용죄의 해석은 재판에 개입하는 유, 무형의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합당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형식적인 법리해석과 적용으로 수많은 범죄행위에 대해 직권남용죄의 성립을 부정한 1심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4. 1심 판결 양형의 부적절함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심 법원이 성립을 인정한 범죄행위는 결코 가벼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인 판사를 활용하여 재판 중인 사건의 내용을 검토하고, 재판 당사자 일방에게 그 검토 자료를 갖다 바치기까지 하는 행태는 재판의 독립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린 행위다. 대체 이런 행위에 어떠한 참작할 사유가 있어서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에 이르렀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임 전 차장은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 사법농단의 주역에 해당한다. 1심 판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유리한 정상으로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거나 예산에 관한 범행들에 지나지 않는다”거나 “소송만으로도 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유죄로 판명된 범죄보다 몇 배나 더 많았던 범행들에 관한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만 했던 일종의 사회적인 형벌을 받았다”는 실소를 자아내는 양형이유를 들었다. 공판절차 갱신과 기피 신청 등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합법적’전략을 마음껏 활용하여 5년간 재판을 받는 것이 어떻게 선처의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1심 판결의 판단은 ‘사법농단’의 의미를 축소하고 제식구에게 관대한 양형을 정했다고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5.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대한 명확하고 엄격한 책임인정 없이는 사법의 독립은 결코 달성될 수 없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유죄판결은 당연한 귀결이긴 하지만 사법의 독립을 중대하게 훼손한 범죄에 상응하는 엄격한 책임인정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임 전 차장을 선처하면서 법원 내 발생한 전대미문의 범죄행위를 일부 법관의 일탈행위 정도로 축소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법원 스스로가 ‘사법농단’의 진상 및 책임규명,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다시 돌아볼 때이다.

 

2024. 2.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