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신입회원 대담 : 민변을 묻고 답하다

2024-02-16 21

<신년기획>

신입회원 대담 : 민변을 묻고 답하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원칙들이 흔들리고 있는 2024년 한국사회. 신년 기획으로 저연차의 민변 회원들과 함께 민변에 대한 생각과 기대에 관해 이야기하고, 현 시점에서 민변이 추구해야 할 활동의 방향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대담에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조인영 변호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의 최새얀 변호사, 법무법인 율립의 함승용 변호사가 함께했으며 법무법인 덕수 신하나 변호사가 대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대담은 1월 말 진행되었습니다.

 

신하나 먼저, ‘나에게 민변은 어떤 곳이다’ 정의를 좀 내려볼 수 있을까요?

최새얀 공익 소송이 기획되고 추진되는 ‘싱크탱크’, 회원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마음껏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 선배들로부터 영감을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 그리고 법조인들의 ‘정치의 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공식적인 답변인 것 같네요.

조인영 내부에 다양한 영역이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님들이 있기 때문에 생각이나 활동 방식이 다채롭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약간 어색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될 수 있는 곳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게 과거의 경험들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 변호사들을 통해 얻는 경험과 네트워크가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함승용 민변은 어떤 곳이다 정의하기가 되게 힘들 것 같아요. 민변 자체를 어떤 단어로 정의 내리기에는 포용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당연한 어떤 소명으로서의 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민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각자 어떻게 느낄 것이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런 곳에서 한번 일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고민 없이 활동을 시작했는데, 막상 실무를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이 있고, 여러 외부 비판들을 보면서 민변에서의 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아직 있습니다.

 

신하나 저도 법률가 단체 중 사회의 격변과 맞닥뜨려져서 이렇게 역동감을 가지고 있는, 유사한 단체가 많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해요. 어떤 활동은 민변이 일종의 시민사회단체처럼 끌고 가기도 하구요. 조금 더 쉬운 주제로 가보면요, 민변에 오기 전에 생각하는 민변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또 기대와 달랐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최새얀 직접 제가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이 활발한 당시 변호사님들이 만든 단체고 소위 ‘586세대’ 분들이 주축이 되어서 활동하는 곳이다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공익 변호사로서 활동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로스쿨 진학을 꿈꿀 때,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님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민변이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막상 민변 자원 활동을 해보니 그 다음 세대 분들도 왕성히 활동하고 계셨고, 제가 관심 있는 소수자 인권이나 여성 인권 부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회원가입 후에는 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에 오기 전) 법률사무소에서 송무를 하다 보니까 병행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기대했던 점은 민변에서 이미 잘 활동이 되고 있는데 제가 이제 거기서 적극적으로 못 했던 게 좀 아쉬웠어요.

 

 

조인영 저도 사무실 분들이 민변에 이미 가입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민변에 가입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공익 전업도 자기가 활동하는 영역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데, 뉴스를 통해서 민변을 보거나 아니면 활동하는 걸 보면 되게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서 꼭 내가 거기에 적극적으로 (공익 전업 변호사로서) 일하는 만큼 참여하지 못해도 최근 이슈라든가 사회 문제에 대해서 팔로업하고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오고 나서 확실히 기대만큼 실현이 된 것 같아요. 저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는 못하는데 온라인 상에서 논의되는 것들만 봐도 이슈를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약간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변호사 단체이고 다른 네트워크와 활발하게 교류할 거라고 생각했고 같이 하는 프로젝트도 많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던 것에 비해서는 민변 위주의 활동이 많다고 느꼈고, 다른 학술 모임, 연구 단체, 활동가 단체 같은 곳들과의 연대의 면에서 아쉬움이 약간 있습니다. 소수자 인권 분야가 민변 안에서도 논의되고 확대 되려면 공익 전업이 아닌 사람들과도 같이 논의가 되고 참여도 활발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어서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도 조금 있어요.

신하나 전 처음에 낯설었던 건 친해지기가 어려운 거였어요. 아무리 외향적이라도 ‘변호사님 밥 먹어요~’ 이러기는 쉽지 않잖아요. 먼저 챙겨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함승용 저는 좋은 면만 봤어요. 함께 민변 자원활동한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았고 변호사님들, 간사님이 너무 잘해주시고 나도 이런 역할을 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합격 직후에 바로 가입하지 않았는데, 아직은 너무 초임이니까 경력을 쌓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가입하자는 생각이었죠. 기대가 달랐던 부분은, 여기 계신 분들이 어느 정도의 열정과 희생으로 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렇게 일을 만들어내고 좋은 생각과 논리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변호사님들의 노력이 진짜 어마어마하구나. 엄청난 고민과 희생 끝에 나오는 것이구나.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방향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신하나 기대가 좀 같았던 부분 같은 거 좀 있으세요? 이거는 좀 기대했던 거랑 똑같다. 

 

 

함승용 법률가들이 모여서 법률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지원하는 활동들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거나 그 권리에 대해서 말을 하는 거의 유일한 법률적 단체라는 생각은 들어요.

최새얀 같은 지향점을 가진 인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다 보니 막역하게 친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부분들이 기대와 같은 부분이었어요. 누군가가 롤모델이라는 생각을 살면서 별로 가져본 적이 없는데 민변에서 들어와서, 저 변호사님처럼 활동하면 좋겠다, 멋있다라고 생각도 들었구요.

조인영 이태원 참사라든가 다른 사건들에 대응하는 걸 보면서 기대보다 큰 조직이고 체계적인 조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중심이 되어서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요로 할 때 서로 도와주시는 분들,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과연 민변 말고 있을까, 저도 그런 면에서 기대보다 훨씬 좋았어요. 한편으로 되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드는, 어떤 얘기를 해도 같은 지향성을 갖고 있고 또 어떤 얘기를 해도 이해할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라는 점이 기대랑 같았던 부분인 것 같아요.

신하나 다르거나 좀 아쉬웠던 부분 기대랑 다르거나 아쉬웠던 부분은요? 저는 생각보다 일이 너무 많다는 거였어요. 사람 마인드가 뭔가를 하나 하면 A부터 Z까지 마스터하고 싶잖아요. 근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 할 수 없을 때 의도치 않은 좌절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최새얀 어떤 변호사님이 어떤 의제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관여를 하고 계셔서 이분은 이 주제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엄청 깊게 관여하고 계시는 거예요. 많지 않은 인력이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분야에 소수의 사람들이 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분야에서 좀 깊게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서면도 쓰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은 많고 다뤄야 되는 의제도 많은 부분이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조인영 1차적으로 일이 많은 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공익 전담 변호사니까, 어느 정도 워라밸을 포기하고 거의 직업을 하나 더 갖는 느낌으로 민변 활동을 시작한 건 맞는데, 위원회 활동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게 맞을지 이런 것들을 끊임 없이 생각하게 돼요. TF는 그때그때 대응하다 보니까 일을 다 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결국 몇 명이 약간 ‘소모’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죠. 어느 수준까지 활동을 해야 할지 그런 논의가 잘 되면 좋겠어요. 위원회별로 활동 편차가 있는 것도 아쉬웠어요. 위원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으면 회원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하기는 힘들 수 있잖아요.

신하나 공익 전담 변호사님들께 항상 궁금했던 게, 본업이랑 활동이 겹치는 문제가 있잖아요. 그러면 활동이 망설여지게 되지는 않나요?

조인영 오히려 겹치니까 활동을 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소수자인권위 안에 장애인권팀이 있잖아요 민변 가입했을 때 첫 목표가, 그 팀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거였어요. 장애인권영역은 소송의 측면에서는 일반 송무에서도 많이 마주하는 영역이거든요. 장애의 특성이 너무 다양하니까, 어떤 방식으로 변론을 펼치는지에 대해서 좀 설명을 듣고 싶다는 연락도 꽤 받아요. 변협 차원에서 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민변에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죠. 한편으로는 공익 전업들은 공익인권 영역에서 영역별로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여기 오지 않아도 훨씬 더 많은 자료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민변이 자체적으로 하지 않으면 동력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죠.

신하나 앞으로 관여하고 싶다고 생각한 소송, 활동이 있으시다면요?

함승용 저는 통일위 활동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어요. 요즘은 북한주민접촉신고와 관련해서 통일부가 각종 남북교류 단체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거나 경고 처분 경고 조치하는 부분들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어요. 과거와는 다르게 굉장히 다르게 거부 처분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관련 단체들이 어려운 상황이고. 사전 접촉 신고의 예외 사유는 굉장히 제한적인데 통일부가 그걸 굉장히 넓게 보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그런 문제 제기를 하고 싶고. 북한에 대해서 2차적 매체로 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그런 궁금증이나 이런 것들을 해소하려면 교류 협력 더 활발히 하고 접촉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많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새얀 얼마 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소송에서 1심 승소를 받으셨잖아요. 그 기자회견을 민변에서 했는데, 제가 입사하고 나서 거의 처음으로 굉장히 좋은 일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그 분위기랑 그런 것들이 저한테 너무 인상 깊게 남았고,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변호사시험 합격하고 나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진됐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런 순간을 보고 많은 동력을 받은 것 같아요. 또 전에 다니던 회사가 성폭력 피해자 대리 전문 펌이어서 관련 사건을 많이 했고 원래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성폭력 피해소송을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신하나 가입할 때는 어떤 점이 어려우셨어요?

조인영 들어왔을 때 논의를 따라가는 게 어려워서 어떻게 보면 이미 있는 사람들만의 리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당량을 받더라도 최소한도 못 하게 돼버리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어려움도 있는 것 같아요. 가입할 때 각 위원회 별 설명을 봐도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위원회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도 어려웠어요. 아는 지인이 많지 않고 이 영역에서 활동을 많이 안 한 사람이 회원으로 가입을 하려고 할 때도 자기소개서까지 써야 하는 점도 허들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입할 때 자기소개서 보다는 다른 형식으로 조금은 가볍게 민변 가입을 고려해볼 수 있는 방식이 있으면 좋겠어요

신하나 옛날에는 완성된 ‘실력자’들이 가입해서 활동했다면, 지금은 공익 전담 변호사라는 프로패셔널들을 포함해서 일반적인 변호사까지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민변이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어요.

조인영 이미 너무 공고한 조직 같은 느낌을 애초에 받게 되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오는 사람도 많을 거거든요.

최새얀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까 가입을 할 당시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행위 자체가 민변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가 있어야 사실 어느 정도 가능한 면인 것 같기는 해요. 저는 망설여지거나 어렵지 않았는데 다른 신입 변호사님들 생각으로는 ‘정치적 조직’으로서의 이미지도 허들인데, 자기소개서도 그런 부분을 공고화할 수 있는 허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하나 민변이나 선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조인영 다른 활동가들이나 연대체랑 활동을 할 때 제가 공익 전담으로 활동할 때랑 민변으로 활동할 때랑은 약간 좀 다른 것 같아요. 공익 전담할 때는 훨씬 더 유연하게 활동하고 활동가들을 동료라고 생각하고 소통을 활발하게 하면서 진행하는 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는데, 민변은 그런 면에서 익숙한 것 같지는 않아요. 포커스가 법률지원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권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활동가들도 전문성을 갖고 활동을 하고, 활동을 하다 보면 아무리 송무 지원이라고 해도 현장 상황을 모르고서는 좋은 송무를 하기가 힘들고 법률 지원을 하기가 힘든데 그런 것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다른 단체들이랑 네트워킹을 할 때 변호사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보다는 공동의 가치를 지향해서 함께 활동하는 거라고 생각을 좀 더 하면 좋겠어요.

신하나 저연차인 회원으로서는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최새얀 구체적인 일은 떠오르지 않는데요. 연차가 쌓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6년에서 9년 차 정도 되면 약간 지친대요. 저연차일 때 가장 뜨거울 수 있는 시기이지 않을까. 고민을 조금 덜 하고 일단 뛰어들 수 있는 연차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신하나 저연차 때는 송무 배우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고 서면 작성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 오히려 7년 차 10년 차 때 참여만 하는 활동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활동은 점점 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불타오르기에는 너무 모르는 것이 많을 때 아닌가. 꼭 완성형의 사람이 되어 있어야 된다는 압박감을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조인영 회원을 모집하는 부분에 대해서 회원으로서도 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 같아요. 사회에서 인식하기로는 여전히 ‘운동권’ 이미지가 강한 것 같거든요. 대중적 인식에 있어서도 이런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활동해왔던 영역들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갈 수밖에 없고, 정치적인 이슈에 많이 개입 참여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중 인식 활동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민변이 다양한 인권이슈에 대응하고 있고 저연차 변호사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참여하고 있는데, 언론의 집중을 많이 받는 영역이 한정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요. 민변의 다양성이 대중 인식 활동이나 로스쿨생 대상 활동 등을 통해 좀 더 알려지면 좋을 것 같고 저연차 변호사들이 이런 활동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최새얀 시간을 들여서 특정 주제에 대해서 좀 깊게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은 있지만 쉽지는 않고 산발적으로 발생되는 일들을 처리하면서 내가 어떤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대해 탐색을 더 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경력을 쌓고 왔더라면 그 경력에 미련이 남아 있었을텐데, 베이스가 제로(0)니까, 여러 가지를 접하면서 관심 가는 지점들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요.

신하나 변호사들은 준비되어서 뿅!하고 보여주는 데 익숙해요. 시험을 통해 뭔가 된 사람들의 특징이에요. 그것에 익숙하다 보니까 점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을 처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몸에 배는 감각도 있을거고. 모든 일이든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할지 알아차리는 건 어려운 건데, 이건 공부로 되는 게 아니고 경험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영역이죠. 내가 좀 못한다고 느껴지면 너무 고통스러운데, 오히려 그런 감정을 쿨하게 무시하는 게 ‘일류’라고 생각해요. 서면에 빨간 줄 쫙쫙 쳐서 돌아오더라도, 고통스러워 하지 않고 어? 이 변호사님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시는구나~ 오케이! 하는 이런 타격 없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인영 민변 내부적으로 교육을 한다거나 위원회별 소모임이 있다거나 하면 좋겠는데, 어떤 분야는 모르지만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 ‘일단 활동하면서 배워라’가 되니까 그 접근이 너무 어려운 거예요. 처음에 너무 고통스러운 거죠. 예를 들면, 제가 재난 인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셨던 변호사님들을 통해 교육을 받거나 전수 받는 과정은 없었거든요. 과거 현재 미래가 되려면 기존에 했던 활동이 계속 이어져야 되는데, TF 구성원들끼리만 활동하게 되고, TF에서도 이걸 남기고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하던 사람들끼리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신하나 비법 전수 이런 것들이 진짜 필요한 거네요. 아카이빙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변호사는 유사한 모델만 있으면 문제를 풀 수 있으니까, 모든 자료를 잘 아카이빙 하는 게 중요하고 민변은 그런 게 특히 요구되는 집단이라는 생각을 하죠. 함변호사님은 사무실 업무와 민변 활동을 병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으세요?

함승용 아무래도 시간 분배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사무실 일과는 별개의 활동이니까 그런 부분이 어려운 것 같고요. 저는 사무실에서 민변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권하시고, 이해해주셔서 활동을 할 수 있지, 그런 지원이 없으면 이렇게는 못할 것 같거든요. 일반 송무도 어렵지만 공익 소송은 오히려 시간이 더 필요하고 만만치 않아서 어떻게 비중을 둬서 할 것이냐 이런 어려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인영 아무래도 저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보니까 활동의 지속성이라든가 단체의 지속성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민변이 회원 모집하는 것처럼 기부 회원을 많이 모집을 해야 되는데 모금 활동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되는 점이 다른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인권 안에서도 논쟁적인 것들이 있는데 여러 단체들이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면 중재자로서 역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어요.

신하나 자리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인데요. 대화하면서 좀 어땠는지, 가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함승용 공익 전업 변호사님과 민변 상근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다른 입장의 회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구요. 저도 가입 당시 심리적 허들이 있었는데 들어오고 나니까 다들 소중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볼 때는 그런 심리적 허들을 별 거 아니고, 자기 의지와 의욕만 있다면 아무 상관없는 것 같아요. 와서 재밌게 활동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인영 저도 오늘 너무 좋았구요. 민변에 들어오려고 하면 사실 뭔가를 거창하게 해야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는 분들도 많을 것 같거든요. 오히려 뭔가 그냥 회원으로서 함께 버텨주시는 것만으로 되게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철학자 토마스 칼라일이 했던 말을 좋아해요. 세상을 바꾸는 건 큰 영웅들보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영웅들이다는 말이요. 민변의 가치에 공감하고 민변의 활동과 논의들을 지켜보는 회원이 되는 것만으로도 그런 영웅이 되는 일아닌가라는 생각이고, 그런 마음으로 오셔도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최새얀 ‘법조인으로서’라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법조인으로서’ 인생을 살면서 그리고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는 소송을 세 개 정도는 해봐야 되지 않겠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 소송을 접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일이라도 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민변 활동을 시작을 했는데, 망설이고 있는 변호사님들에게도 무언가를 증명해내거나 결과물을 창출해내거나 그런 생각이나 부담감을 갖지 않고 많이 배우고 접하면서 그렇게 하다 보면 좀 의미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하나 세상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민변은 존경할 만한 혹은 평생의 친구를 만날 수도 있는 공간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모임 너무 좋았고요. 앞으로도 종종 활동 중에 보면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