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세월호에 대한 세 가지의 기억

2024-04-30 137

세월호에 대한 세 가지의 기억

– 장연희 회원

 

하나, 세월호 참사와 어부바

2014년 4월 16일, 나는 이제 막 30개월에 접어든 한 아이의 엄마로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참사와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해왔지만, 엄마가 된 이후의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그 슬픔의 크기와 무게를 짐작할 수 있을 듯 했다. 누군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순도 100%의 사랑을 경험하는 일이며, 온 우주가 나에게 걸어오는 신비로운 일이라고 표현한 적 있다. 그렇다면 그 온전한 사랑의 존재가, 그 신비로운 우주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든,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일상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 중 하나는 ‘너를 다시 업고 어부바 할 때까지…’라는 어느 화가의 그림과 짧은 메시지이다. 아이의 무게 때문에 앞으로 기운 엄마의 몸, 그러나 엄마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엄마 등에 잠든 아이 역시 세상에서 가장 환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엄마, 아빠에게 그 무엇보다 간절했을 어부바… 아이가 커갈수록 남편과 주위 사람들은 힘들테니 자꾸 아이를 업어주지 말라고 했지만, 자꾸 어부바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도 세월호 이후 달라진 일상 중 하나였다.

, 세월호 희생자 애도 및 실종자 생환 촉구 촛불 집회

세월호 침몰 후 14일째인 2014년 4월 29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이 전국을 밝히고 있던 가운데, 청와대 앞에서도 처음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민변 주최의 추모제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아직 배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답답해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박주민, 김종보, 김용민 회원 등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추모집회를 주도한 것이다. 장소를 청와대 앞으로 정한 이유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정부를 비롯한 어른들이 져야 한다는 의미를 전하고자 했으며, 이날 추모제에는 민변 소속 변호사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30여 명이 함께 촛불을 밝혀주었다. 당시 추모집회 제안자 중 한 명이었던 나는 고향이 전라남도 진도이자 한 아이의 엄마임을 강조하며 세월호 침몰사건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을 지적하고, 우리는 이처럼 위태로운 사회 안에서 겨우 살아가는 ‘탑승자’가 아닌가 싶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그로부터 10년, 그리고 열 번째의 4월 16일,

참사 이후 3개의 국가 조사기구가 꾸려지고, 유가족과 촛불 시민들, 그리고 수많은 우리가 함께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국가는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왜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는 더디고, 10.29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또 다른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 기억은 힘이 세지!

참사를 둘러싸고 누군가는 정의와 단죄를 말하고 누군가는 회복과 화해를 이야기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억과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세월호가 제대로 기억되고 기록돼야 또 다른 참사의 재발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가족, 생존자, 형제자매의 육성을 기록한 책 <520번의 금요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단원고 2학년 5반 故 박성호군 누나가 밝힌 소감이다.

잊히는 순간 참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애도’가 먼저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동시에 그가 못다 한 삶까지 살아내는 ‘책임성’을 의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보다 먼저 고통과 죽음을 경험한 사람을 기억하고, 그들이 못다 한 삶까지 내 어깨에 짊어진 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침 <4.16 기억저장소>는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축적해 온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준비를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월호의 기억이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고, 사회적 기억이 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미래 세대가 세월호에 대한 제대로 된 기억과 기록을 마주할 수 있도록 ‘기억투쟁’ 또한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왜냐면, 기억은 힘이 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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