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차] 이재용 1심 판결로 살펴보는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법리 ⑤

2025-02-03 65

[5회차] 이재용 1심 판결로 살펴보는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법리 ⑤

  1. 사안의 쟁점 및 1심 법원의 판단 요지

 

이번 판결의 증거능력 판단 중에는 ‘이메일’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재)전문진술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증거능력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은 쟁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압수된 이메일의 내용 중 일부에 “~라고 합니다”, “~ 보고를 계획하고 있다”, “~ 삼성측에서 불편해 한다” 등은 모두 이메일 작성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라 전해들은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전문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1.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

 

위와 같은 1심의 판단 법리는 “압수된 이메일에 저장된 문건들과 압수된 컴퓨터에 저장된 문건들 등은 작성자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지 않았거나 작성자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위 문건들의 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집니다(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0도344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2016. 5. 29. 법률 제14179호로 개정된 현행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이 조항은 부칙에 따라 위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이후 최초로 공소제기되는 사건부터 적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 개정 법률의 입법취지는 “최근 전기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컴퓨터 등 각종 정보저장매체를 이용한 정보저장이 일상화되었고, 범죄행위에 사용된 증거들도 종이문서가 아닌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디지털화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진술서’ 및 그에 준하는 ‘디지털 증거’의 진정성립은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되,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경우 반대신문권이 보장됨을 명확히 규정하려는 것”이었고, 우리 모임은 이러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하여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발견의 원칙 간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개정법률은 적법절차 원칙의 구체적 발현인 전문법칙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에 이를 규탄하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2016. 5. 13. 「수사기관의 편의성만 고려한 국회 법사위 제1소위의 전문법칙 수정안을 규탄한다」).

https://www.minbyun.or.kr/?p=31854&paged=186

 

그런데 1심 판결은 위 사건이 2020. 9. 2. 공소제기되었기에 개정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을 적용할 수도 있었을텐데, 판결이유에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의문이 듭니다. 이른바 시국사건에서는 그토록 증거능력 인정을 강조하던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서만 유독 다른 주장을 펼친 것인지, 소송진행 중 구체적인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개정 규정 적용에 관한 판단 자체가 없는 것은 의아한 대목입니다.

 

  1. 결론

 

이것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형사 1심 판결의 증거능력 판단 부분에서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해 다루어 보았습니다. 법원의 증거능력 판단이 피고인에게 이렇게 유리하게 나온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법리적 측면에서는 공익인권사건의 형사변론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도 1심과 동일하게 전부 무죄 판단을 내렸다는 속보가 뜹니다(서울고등법원 2025. 2. 3. 선고 2024노635 판결). 이후 여유가 된다면 항소심에서의 증거능력 판단 부분도 함께 공유하고 연구·논의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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